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브로커” 유괴와 입양 사이, 감독의 시선과 윤리적 질문

by nosimaru 2025. 3. 30.

2022년 개봉한 영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한국 영화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가족과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등 탄탄한 배우진과 감성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글에서는 "브로커"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유괴와 입양 사이에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분석해 본다.

 

“브로커” 유괴와 입양 사이, 감독의 시선과 윤리적 질문

1. 영화 "브로커" 줄거리: 아이를 사고파는 사람들?

영화는 한밤중, 어린 엄마 소영(이지은)이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맡기고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우연히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아이를 버린 부모를 대신해 입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몰래 아이를 넘기는 ‘베이비 브로커’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소영이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아이를 되찾으려는 듯 보이는 소영, 하지만 그녀는 브로커들과 함께 아이를 ‘좋은 부모’에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들은 함께 새로운 부모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지만, 그 뒤를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가 쫓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유괴’와 ‘입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이들이 진정으로 찾고 있던 것은 아이의 ‘새로운 가족’만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계였음이 드러난다.

2. 유괴와 입양,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

"브로커"는 단순히 유괴범을 쫓는 범죄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아이를 사고판다는 설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① 유괴인가, 대안적 입양인가?
베이비 브로커들은 불법적으로 아이를 거래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돈벌이만이 아니다. 영화는 이들이 나름대로 ‘좋은 부모’를 찾으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괴범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② ‘버려진 아이’와 ‘선택된 아이’
소영이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간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원치 않는 아이였을까? 영화는 아이를 버리는 부모와 입양을 원하는 부모의 입장을 동시에 조명하면서, 아이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③ 가족의 조건은 무엇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가족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들은 여정을 함께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혈연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족의 의미를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 가족과 사회적 약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에서 가족과 사회적 약자를 주제로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왔다. "브로커" 역시 그의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① 기존 가족 영화들과의 차이점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벗어나 있다. 그는 부모와 자식, 형제, 친척이라는 혈연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② 한국 사회의 현실 반영
"브로커"는 단순한 일본 감독의 시선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도 깊이 반영하고 있다. 베이비 박스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한국에서 입양과 아동 보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③ 범죄자와 피해자의 경계
영화 속에서 브로커들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그들이 단순한 악당은 아니다. 반대로, 그들을 쫓는 형사들 역시 무조건 정의로운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애매한 도덕적 경계를 통해, 관객들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4. "브로커"의 영화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

영화는 잔잔한 톤과 감성적인 연출로 진행되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큰 힘을 발휘한다.

① 송강호의 깊이 있는 연기
송강호는 유괴범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상현 역을 맡아, 그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그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②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의 조화
강동원은 과거 입양 경험이 있는 동수 역할을 맡아, 아이에게 애착을 가지는 인물로 등장한다. 배두나는 냉철한 형사 역할을 맡아 이들과 대립하지만, 점점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이지은(아이유)은 미혼모 역할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결론] "브로커", 가족과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

"브로커"는 단순한 감동적인 가족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베이비 박스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우리가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아이를 사고파는 행위가 과연 무조건 나쁜 것인가? 혈연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가며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잔잔한 감동과 깊은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브로커"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